쉼표의 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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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91회 작성일 25-05-2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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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의 레슨
큰 딸 사랑이는 4살이 되던 해부터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교회 반주자로 키우고 싶은 아버지의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어려웠던 것이 있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쉼표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악보에는 여기저기 쉼표가 있었지만 녀석은 쉼표를 무시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하곤 했습니다.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 숨이 막히곤 했습니다. “사랑아, 우리가 노래를 할 때 호흡을 하는 것처럼 피아노를 칠 때도 쉼표를 지켜야 한단다.” 하지만 저의 이야기는 아이에게 잔소리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모습을 보며 저 또한 쉼표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일중독에 빠져있었습니다. 분주하지 않으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저를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간혹 시간의 공백이 생길 때면 죄책감마저 들곤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어느 날, 말씀을 묵상하면서 제게 쉼표의 레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가복음 6장 말씀 때문입니다. 사역의 현장에서 돌아온 제자들이 예수님께 사역의 결과를 보고하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행한 것, 가르친 것을 일일이 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 모든 소식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조금 특별한 명령을 하셨습니다.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와서 잠간 쉬어라” 사역으로 분주했던 제자들, 쉼의 여유가 없었던 제자들에게 쉼을 명령하신 것입니다.
인터넷 서핑 중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신앙생활하시는 어느 여 성도님이 쓰신 글을 보았습니다. 제목은 ‘쉼표가 주는 여유’입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도 소리만 들릴 뿐 마음에 감동이 흐르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식구들 얼굴을 마주 보고도 살짝 웃어 주지 못한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문을 비추는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를 받고 바쁘다는 말만 하고 끊었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도 마음에 아무런 감동이 흐르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기 위해 한 번 더 뒤 돌아보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쉼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예수님의 명령입니다. 쉼표의 레슨이 필요한 오늘입니다. “사도들이 예수께 모여 자기들의 행한 것과 가르친 것을 낱낱이 고하니 이르시되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와서 잠간 쉬어라 하시니 이는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음식 먹을 겨를도 없음이라” 막 6:30-31
목양실에서 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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